[논문 쓰기]

II. 논문 쓰는 중요 단계 (Wichtige Phasen der Erstellung einer Arbeit)

 

    1. 탐사하기
    2. 자료 찾기
    3. 구상하기
    4. 자료 연구, 평가하기
    5. 집필과 편집
    6. 참고: 도대체 언제 쓰기 시작해야 하는가?

논문은 실제로 어떠한 단계를 밟으며 이루어져 가는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또 작업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의 과정을 분석하여 작업 단계를 구분지어 보자면 다음과 같은 단계적 국면이 있다. 이것은 논문을 쓰는 데에 유용한 계획 단위이기도 하다.

 

1. 탐사하기 (sondieren, find out)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대하여 탐색한다. 즉, 주제 영역을 확정짓고 문헌과 자료에 대한 초기 수집을 단행한다.

어떤 학술 논문에 중요한 문헌을 가능한 한 일정한 방향 내에서 찾기 위해서, 또한 폭넓게 찾아내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학술 출판물이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도서관의 카타로그는 일반적으로 책의 형태로 출판된 학술 문헌을 제시해준다. 그러나 학술 출판물에는 학술잡지에 실린 논문과 학술 총서에 실린 기고논문이 학술 연구 출판물의 주종을 이루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단계에서는 학술잡지나 총서(Sammelbände)를 이용해야 할 뿐 아니라, 정보를 얻는다는 차원에서 교과서(Lehrbücher), 전공용어사전(Fachwörterbücher), 전공 입문서(Handbücher), 문헌목록(서지 書誌 Bibliographie)이 도움이 된다. 전공용어사전은 전공 전체와 관련된 반면, 전공입문서는 전공의 중요 영역과 주제를 다룬다.

총서는 한 테마에 대한 여러 논문들을 모아 놓은 것으로 전문적인 토론에 대한 중요한 단면을 알 수 있다. 그곳에는 그 테마에 대한 현재 진행중인 연구 상황을 알 수 있다.
전공입문서는 특히 연구 상황에 대한 개괄(=연구사), 가능한 연구 방향에 대한 개괄, 방법론적인 접근, 다루어진 주제영역 그리고 해당 참고문헌에 대한 개괄을 제공하고 있다.

 

2. 자료 찾기 (recherchieren, inquiry)

주제를 보다 더 정확하게 국한시켜 선명하게 하고, 연구될 문제 제기의 범위도 좀더 분명하게 제한한다.
문헌을 찾고, 자료를 수집하며, 자료를 탐색한다. 때에 따라서는 실제 탐사 혹은 실험의 시도를 구상해보는 단계이다. (주제를 적절하게 국한시키는 일과 이 주제를 다루게 될 문제제기를 정밀하게 확정짓지 않고서는 그 테마를 학문적으로 다룰 수가 없다.)

  • 주제는 어떤 주제 영역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으로부터 책을 정독하는 동안 보다 정밀하게 확정지을 수 있는 것이다.
  • 학술적으로 작업한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문제와 관련하여 문헌과 연구자료들을 비판적으로 철저하게 생각해보는 작업을 뜻한다. 문제제기는 일반적으로 자료를 훑어보는 동안에나 그리고 해당문헌의 첫 고찰 때에나 좀더 정밀하게 파악될 수 있다.

참고: 인문과학, 사회과학 분야의 문헌(전공 서적과 논문)을 찾는 데에 MLA International Bibliography를 이용하면 상세하고 폭넓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하여 성균관대학교 중앙도서관의 전자 도서관에 접속하면 이용할 수 있다. 성균관대학교 외부에서는 접속하는 데에 제한이 있으므로, 학교 내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3. 구상하기 (konzipieren, draw up)

이제 논문의 밑그림이 윤곽을 잡아가는 단계이다.

이미 설정된 문제제기를 또 한번 더 정밀하게 다듬는다. 이렇게 선택된 문제제기와 관련하여 자료들을 보다 섬세하게 추려낸다. 실험이 필요한 경우에는 역시 실험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연구의 기초가 될 출전들(Quellen) 을 조회하고 입수한다.

참고
1차 문헌 또는 1차 출처를 출전(出典)이라고 한다. 그리고 2차 문헌 혹은 2차 출처는 학술문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의 82쪽-93쪽을 참고하라.

 

4. 자료 연구/평가하기 (Untersuchen und Auswerten, analyze and evaluate)

수집한 문헌과 자료들을 고찰(考察)하고 실험하며, 메모들과 자료들을 분류 정돈하는 과정이다. 자료에 대한 연구와 평가에 의하여 활용을 준비하는 과정인 것이다. 물론 문헌과 자료에 대한 조회와 수집도 계속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는 연구 결과의 제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논문의 개요(Konzept, Exposé)와 목차(Gliederung, contents)를 작성한다.

 

5. 집필과 편집 (schreiben und redigieren, write and edit)

위와 같은 작업의 과정을 거친 뒤, 이제 본격적으로 논문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쓰기 작업에는 다시 몇 단계의 작업 과정이 존재한다.

  1. 구상하기 (konzipieren) : 문제제기 등을 다듬는 과정의 구상하기가 아니라, 글쓰기의 구상 단계이다. 이 글쓰기의 구상은 직전 단계인 평가하기 단계와 겹치는 부분이다. 이 쓰기 구상 단계에서는 논문의 개요와 목차를 작성하고, 글이 나가야 할 방향을 확정하는 것이 주된 과제이다.
  2. 작성하기 (formulieren, formulate) : 첫 원고(초고), 즉 개략적 원고(Rohmanuskript, rough manuscript)를 작성한다.
  3. 수정, 보완하기 (überarbeiten, rework)
  4. 편집 (redigieren, edit) : 여기에서 편집이라 함은 출판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말한다.

 

6. 참고: 도대체 언제 쓰기 시작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논문을 써야 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참고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유명한 Edward Hallett Carr의 말을 인용해본다. 카의 다음 말을 논문 쓰기에 그대로 적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 전공이 다른 아마추어 여러분들은 흔히 역사가가 역사를 쓸 때의 작업 방법을 나에게 묻곤 한다.
지극히 일반적으로 할 때, 역사가는 그 점에 있어서 명확히 구별할 수 있는 두 가지 단계 또는 시기로 나누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역사가는
사료(史料)를 읽고 노트 가득히 사실을 기록하는 데 긴 준비 기간을 소비한 다음, 이 사료를 옆으로 밀쳐놓고는 노트를 들고 단숨에 책을 써버린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고, 또 있을 법도 하지 않은 광경이다. 나 자신에 대해서 말하면, 내가 주요 사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을 조금만 읽기 시작하면 그만 손끝이 근질근질해져서 저절로 쓰기 시작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쓰기 시작할 때뿐만이 아니다. 어디에서나 그렇게 된다. 아니, 어디에서나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읽는 것과 쓰는 일이 동시에 진행된다. 읽어 나가면서 써 보태고, 깎고, 고쳐 쓰고, 제거하는 것이다. 또 읽는 것은 씀으로써 인도되고, 방향이 잡히고, 풍부해진다. 쓰면 쓸수록 내가 찾고 있는 것을 한층 더 깊이 잘 알게 되고, 내가 발견한 것의 의미나 중요성을 한층 더 이해하게 된다.
역사가들 중에는 펜이나 종이나 타자기를 쓰지 않고 이런 초고를 모두 머릿속에서 끝내버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마치 장기판이나 장기짝에 의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장기를 두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부러운 재능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아무래도 흉내낼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확신하는 바에 의하면, 역사가라는 이름을 가질 만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경제학자가 '투입' 및 '산출'이라고 부르는 두 가지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이것은 하나의 과정의 두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양자를 분리하려고 한쪽을 다른 쪽 위에 놓으려고 한다면, 여러분은 두 가지 이단설(異端說) 중의 하나로 빠지게 될 것이다. 즉 의미도 중요성도 없는 가위와 풀의 역사를 쓰거나, 아니면 선전소설이나 역사소설을 써서 역사와는 무관한 어떤 종류의 문서를 장식하기 위해 다만 과거의 사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 중의 한 가지를 하게 될 것이다.
[...]
역사가는 자신의 해석에 따라서 자신의 사실을 만들어내고, 자신의 사실에 따라서 자신의 해석을 만들어내는 연속적인 과정에 휘말려 들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쪽을 다른 쪽 위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역사가는 사실의 일시적 선택과 일시적 해석으로(이 해석에 입각하여 자기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일시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지만) 출발하는 것이다. 일이 진척됨에 따라 해석도, 사실의 선택과 정리도, 그 상호작용을 통하여 거의 무의식적인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역사란 무엇인가?』 권오석 옮김. 서울: 홍신문화사,2006. (1988). 33쪽이하.

Carr가 말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논문을 쓰는 것도 특별하게 어떤 단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다루고자 하는 테제(논제)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것을 일단 써놓고 보라. 그리고 그 생각을 발전시켜 가라. 자료가 부족함을 느끼거나, 써 나갈 내용이 막히면 어떤 내용의 이차문헌 혹은 일차문헌을 읽어야 할지 숙고해본 뒤, 그것들을 찾아내어 읽고 연구하면 반드시 써야 할 내용이 떠오를 것이다. 이렇게 읽고 쓰고, 쓰고 읽는 일을 반복하면서 논문은 모양을 갖추어 간다.
모은 자료를 가능하면 많이 읽고 쓰려고 하면, 독서량이 쌓이면 쌓일수록 잊혀 사라지는 양도 늘어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료를 읽고 평가하면서 떠올랐던 주옥같은 내용들이 머릿속에 남아있어 주질 않는다. 새로운 내용과 접하면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고, 그것들이 얼마전까지 가지고 있던 착상들을 치환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느 순간부터는 쓰고 읽는 것은 동시에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 동시의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적정 순간은 다름 아닌 읽기 시작한 순간, 그 때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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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준 교수 성균관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