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쓰기]

 

I. 학술 논문의 학술성에 대하여
(Zur Wissenschaftlichkeit wissenschaftlicher Arbeiten)

2. 내용의 학술성

논문이 학술성을 띤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일반적으로 각 전공의 어떤 중요 주제 영역에 대하여서는 이미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했거나,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학자들은 서로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를 발전시켜 나간다. 이렇게 생긴 학자 사이의 소통과 그 결과를 '학술 담론'이라고 말하자. 어떤 이가 이 '학술 담론'에 참여하거나, 그 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밝혀내어 이 담론을 확장해 나가는 것을
'학술 행위'라고 나는 일컫는다. 어떤 논문이 '학술성을 띤다'는 말은 한마디로 이 '학술 행위'를 통하여 나온 문자적 (또는 언어적) 결과물로서의 논문을 칭하는 것이며, 이러한 논문을 '학술 논문'이라고 한다.

어떤 학생이 논문의 주제를 갖게 되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본인 스스로 문헌을 읽고 관심있는 주제를 정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지도교수가 추천하여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주제를 갖는 계기를 제공한 문헌 외에 그 주제와 관련된 주요 문헌(책과 논문)을 읽으면서 그 문헌들이 이 주제에 대하여 무엇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즉 선행 연구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학술 담론을 조사하고 이해하는 것, 그 자체가 위에서 말한 '
학술 행위'의 첫 단계이다. 학부 학생들이 레포트 작성 등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학술 행위'라 하겠다. 나아가 이 단순한 학술 행위를 넘어서 이 학술 담론 위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나가는 것이 본격적인 학술 행위요, 그 결과물이 학술 논문으로서 석사학위 논문 혹은 박사학위 논문이다. 이 때 앞의 1절에서 말한 "형식의 학술성", 특히 추체험이 가능하도록 논문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후자의 경우, 즉 지도교수가 추천한 주제의 경우는 물론 그 주제와 관련된 문헌을 읽고 '학술 담론'을 찾아 이해하고, 그것에 자신의 생각을 끌어 내고 그 학술 담론과 대화하고, 그리하여 그 담론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학술 행위요, 그 결과물이 학술 논문인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형성되어 있는 학술 담론을 조사하고 이해하는" 학술 행위는 자신의 주제를 생성해내고,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토대이다. 흔히 석사 학위논문과 박사 학위논문의 앞 부분에 쓰는 "연구사(Forschungsgeschichte)"가 바로 이 학술 행위(학술 담론을 조사하고 이해하는 학술 행위)의 결과물이다.

학술 담론과 대화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담론의 내용을 수용하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또 다른 새로운 면을 발굴해 나가는 방식이 있다. 물론 어느 방식을 택할 것이냐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종종 석, 박사 학생들에게서 "새로운 것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비판 일색으로 나가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한다. 또는 자신의 "주제가 아주 새로운 것이라 선행 연구가 없기 때문에 학술 담론이 존재하지도 않고, 그래서 학술적 대화라는 것이 있을 수 없기에 자신의 생각만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학생도 보았다. 그러나 어떠한 주제이든 학술 담론을 찾아 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형성된 학술 담론이라는 것이 객관적 물체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논문을 쓰는 여러분 자신이 문헌들을 찾아 재구성하여 형성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
형식과 내용이 모두 학술적이지 않으면 그것은 학술 논문이 아니다.
한 예로 신문 사설과 같은 "논설문"이나 어떤 작가가 어떤 상황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힌 에세이 등은 학술 논문이 아니다. 설령 필자의 주장을 사리에 맞게, 논리적으로 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것을 학술 논문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그 형식과 내용이 위에서 말한 학술 행위를 통한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술 행위의 시작은 "연구사"를 재구성해내는 것이다. 연구사를 고찰하는 것은 곧 그 주제와 관련하여 형성되어 있는 학술 담론에 뛰어드는 것이라 하겠다. 이 연구사 고찰은 따라서 학술 논문 쓰기에서 필수적인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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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준 교수 성균관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