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쓰기]

 

I. 학술 논문의 학술성에 대하여
(Zur Wissenschaftlichkeit wissenschaftlicher Arbeiten)

1. 학술 형식

학술지에 기고하는 논문, 박사학위 논문(Dissertation), 석사 논문, 세미나 논문은 특정한 방법으로 그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글의 구조는 확정된 범례를 따라야 하며K, 인용, 증거제시 혹은 문헌제시와 같은 특정한 서술 요소가 존재해야만 한다.

한 논문이 한 학술 분야의 논문으로서 간주되기 위해서는 그 내용뿐 아니라, 그것의 프레젠테이션(제시 형태)나 그 서술형태도 중요하다. 지식을 서술하기 위해 어떤 한 학문 분야 내에서 형성된 형태는 그 학문의 역사와 최신 실무에 있어 근본적 것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그래서 그러한 서술관습은 그 전공 내의 각 논문 형태(전문 논문, 세미나 논문, 졸업논문 등)에 모두 적용된다. 결국 논문을 쓴다는 것은 관련 전공에 있어 학술적 서술 표준에 따르는 텍스트 집필을 의미한다.

물론 이 말은 학문적 연구 논문을 생산해낼 때 오로지 형식적인 면만 중요하다거나, 내용은 부수적인 것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더욱이 논문의 학문성이 어떤 특정한 인용방식에 의해서, 또는 문헌을 제시할 때 출판년도 뒤에 콜론을 찍느냐 콤마를 찍느냐에 결정된다는 뜻도 아니다.

이 말은 논문을 쓸 때 그 필자는 학문적 서술의 각 요소의 정확한 형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의 구성에 대한 전공의 규정이 아주 엄격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아주 엄격하다면 필자가 형식을 결정할 필요도 없이 그 규정을 따르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 만큼 전공에 따라 학문적 논문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말이며, 또한 한 전공분야 내에서도 학문적 발표물들은 그 형식적 구성에 있어 커다란 차이를 내보인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한 전공에 있어서 통상적인 서술 형식들 안에서 이 구성관례를 따를 것인지, 저 관례를 따를 것인지의 문제는 학문성과 전혀 관계가 없다. 반면 요구되는 것은 한 논문 내에서의 통일성이다.

학문적 글의 형식적 통일성은 단순히 자기목적이 아니라, 그것은 한 논문의 학문성을 결정하는 요구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형식적 표현이다. 한 논문의 학문성을 결정해내는 것은 다음과 같이 그 윤곽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학문적으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문제제기와 관련하여 다루는 대상을 다른 사람도 추체험할 수 있도록(nachvollziehbar)K 배려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학문적) 방법이 (올바른 것인지) 검증될 수 있도록(nachprüfbar 입증될 수 있도록) 사용해야 하며, 출처(원전)를 밝히며, 인식된 것들을 합리적으로(rational 합당하게, 분별있게) 정리하고, 또 그것을 세상에 공개하는(öffentlich mitteilen) 것을 말한다. 결국 다음과 같은 것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방법론적인 의식을 가지고 행동을 취해야 하며, 논문 내에서 자신의 행태(행동)에 대하여, 자신의 결정에 대하여, 사용된 개념들에 대하여 해명할 수 있어야만 하며, 자신의 사고 과정(Gedankengang 사상의 연속)을 논거가 확실하게 (argumentativ 근거를 가지고, 증거를 제시하면서, 논증하면서) 서술해야만 한다.
학문적 논문에 있어서는 자료와 사실을 수집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자료와 사실 사이의 관계를 생산해내려고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인용하고 입증하려는 관습, 문헌의 제시의 관습 등은 결국 다음과 같은 사실 때문에 생긴 것이다. 즉 학문적 논문은 그 논문의 논거를
추체험할 수 있게 하고, 또 논문에 사용한 원전과 논문에 제시된 가설(Hypothese)을 검증(überprüfen) 가능케 할 정보를 반드시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서 이러한 관습이 생긴 것이다.

* 추체험한다는 것은 어떤 일(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양식)을 스스로 해보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혹은 그러한 것을 마치 자기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거나 행동했던 것처럼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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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준 교수 성균관대학교